정치권과 법학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비상 당정’ 체제가 국군 통수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의 직무 배제 범위에 국군 통수권이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군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국방부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국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했다. 전 대변인은 ‘내란 수괴 혐의 피의자가 국군 통수권을 가져도 되는가’라는 물음에도 “법적으로는 ‘현재 통수권자’(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다”고 했다.
국군 통수권, 선전 포고권 등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이 탄핵돼 직무가 정지되면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법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군 통수권도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권력이 무력화된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종의 ‘군 통수권 공백 상태’인 셈이다. 당장 북한의 도발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군이 평소 세워둔 작전 계획대로 대응하고,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겠지만, 그보다 상위에서 어떤 지휘·감독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국방부 장관은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지휘·감독을 ‘대통령의 명을 받아’ 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총리가 여야의 동의를 전제로 대신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누구도 군을 통솔하지 못해 급변 사태에 대응할 수조차 없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군 통수권은 국가 안보를 위해 위임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국군 통수권을 포함한 자신의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