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파괴된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당시 군 당국의 불능화 검증 때 지하시설 파괴 여부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군 보고서가 최초 공개됐다. 당시 77명으로 구성된 한국군 검증단은 11개 북측 GP 검증 결과를 문서로 남겼는데 이 중 일부 문서 내용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것이다.

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키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0곳을 폭파 방식으로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중부전선 북측 GP의 폭파하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는 2018년 12월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북한 파괴 GP 검증 보고서’의 기밀을 해제해 22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했다. 검증 보고서에는 북측이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한 10개 GP에 우리측 검증단이 방문해 현장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증단은 10개 GP 지상시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폭파 및 철거됐다고 평가했지만, 지하시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식별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지하시설, 탄약고, 총안구, 감시초소에 대한 안내 거부. 소극적 답변으로 의구심 해소에 제한적”이라는 문구도 담겨있었다. 또 “북측, (지하시설)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 식별 제한” “우리측 검증반 접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뢰 푯말 설치 등 의구심 해소에 제한”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합동참모본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GP(최전방 경계초소) 시범 철수를 검증한 뒤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다. 신원식 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 재임 중이던 지난 1월 “곧 진실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당시에 검증했던 결과, 문서 등이 현재까지 확인된 거로 대부분 있는 거로 판단이 되고 있고 관련 부처에서 그 내용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국방부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문건은 신 안보실장이 언급했던 문건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모든 GP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양측 GP를 11개씩 시범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현장 검증은 그해 12월 12일 이뤄졌고, ‘부실 검증’ 보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12월 17일 ‘북(北) GP 불능화’를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22일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북한 GP 불능화 검증 보고서 일부. 북한의 비협조로 지하시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용원 의원 페이스북

유용원 의원은 “당시 북한 GP는 지하시설이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작년 11월 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후) 2∼3개월 만에 신속 복구가 가능했던 반면, 우리측 GP는 당시 지하시설까지 모두 파괴돼 혈세 1500억원을 투입해 2033년에야 복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북한 GP 부실 검증 발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불법행위는 엄정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