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연합(AU)과 아프리카 48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다음 달 4~5일 서울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최초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개최한 최대 규모 다자(多者) 정상회의다. 아프리카 55국 중 AU의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 등 7국을 제외하고 48국을 초청했는데, 48국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중 25국에서 국가 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AU 의장국인 모리타니아의 모하메드 울드 셰이크 엘 가즈아니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정상 세션을 공동 주재한다. 줄리우스 마아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 등도 참석한다. 부총리급 이상이 참석하는 국가만 30여 국에 이른다.
◇미·중·일·러 등에 이어 아프리카 정상회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0일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하에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아프리카와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해 왔다”며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2000년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처음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래, 인도와 터키가 2008년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여는 등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는 국가들이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1993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아프리카 개발회의'를 하고 있고, 2014년 아프리카 국가들과 첫 다자 정상회의를 했던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인 2022년 이를 재개했다. 러시아도 2019년과 지난해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했고, 이탈리아도 올해 1월 첫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했다.
이처럼 강대국들이 앞다퉈 아프리카에 구애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전 세계 광물의 30%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코발트의 52%가 아프리카에 있다. 리튬 매장량도 상당하다. 2019년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협정이 발효되면서 55국 14억 인구,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단일 시장 등장이 예고됐다. 유엔 총회 등에서의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AU 회원국 55국 중 모로코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서사하라를 제외한 54국은 모두 유엔 회원국이다.
◇중위 연령 19세의 젊은 대륙과 ‘미래’ 논의
우리 정부는 특히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란 점을 중시하며,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의 중위 연령은 지난해 기준 19세로 인구의 65%가 25세 이하다. 유엔의 저개발국 담당 고위 대표실은 한 보고서에서 “이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슬로건을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로 정했다. ‘한강의 기적’을 통해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경험을 공유하면서 아프리카의 산업 인프라 건설, 행정·관세 시스템 구축, 디지털 혁신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또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 문서로 양측이 공유하는 가치를 담은 ‘비전 성명’과 국가별 공동 사업을 담은 ‘팩트 시트’를 각각 발표하기 위해 교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 성명’은 ‘동반 성장’ ‘지속가능성’ ‘연대(solidarity)’의 세 축을 기본으로 작성될 전망이다. 동반 성장은 호혜적인 경제 성장, 지속 가능성은 지속 가능성 사회 구축, 연대는 인적 교류에 초점을 두고 있다. 팩트 시트에는 참가국마다 서로 다른 산업 수준과 경제적 격차 등을 감안해 맞춤형 협력 분야를 담게 된다. 그 밖에 식량 안보 위기, 기후 변화, 글로벌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체제에 관한 논의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