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심야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것은 ‘신형 엔진’ 결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우주 궤도 진입을 성공시켰던 기존 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했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북한이 27일 오후 10시 4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2분 뒤인 10시 46분쯤 북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발사 직후 폭발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8일 “1단 추진체가 폭발했기 때문에 연소 계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발사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등유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했다. 북한이 액체산소 연료와 석유를 활용한 엔진 체계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많은 힘(추력)을 낼 수 있는 신형 엔진을 도입했다가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쐈던 정찰위성 1호기 발사체에는 기존 ‘백두산 엔진’이 사용됐다. 북한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가는 엔진인데, 연료로 다이메틸하이드라진(UDMH)과 적연질산을 썼다. 연료를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 군사 목적으로 쓰인다.
반면 이번 발사체에는 항공우주용 등유(케로신)와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액체산소를 연료로 쓰는 신형 엔진을 탑재했다. 미국 스페이스X 로켓, 국산 누리호·나로호 등에 들어가는 연료다. 연료 보관·주입 등이 어렵지만 더 강한 추력(推力)을 낼 수 있다. 러시아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과학 목적 우주 발사체에 쓰인다.
북한이 6개월 만에 신형 엔진을 도입한 것은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엔진을 탑재해 ‘더 무거운’ 탄두를 ‘더 멀리’ 날리기 위한 성능 개량 목적과, 우주개발에 사용되는 연료를 쓰며 ICBM 개발이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엔진을 썼든 “(과학 목적이라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탄두만 바꾸면 미사일이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북한이 6개월 만에 신형 엔진을 썼다는 점에서 러시아·중국 등에서 1단 로켓을 통째로 들여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발사 실패 후 지난해 1·2차 발사 실패 당시와 달리 이례적으로 향후 발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합참은 “재발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번 발사 실패를 딛고 북한이 더 파괴적인 ICBM 투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사 소식통은 “구형 동체와 신형 엔진이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북한이 러시아 기술 이전 등으로 동체도 신형으로 바꾸면 더 강력한 ICBM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 관련 내용을 국가안보실을 통해 보고받았다고 한다. 국가안보실은 같은 날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라는 규탄이 나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