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중 정상회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성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6일 “미·중 정상회담 개최와 윤석열 대통령의 APEC 참석이 확정되면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양국이 타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11월 APEC에 참석한다면 시 주석과 1년 만에 대면하게 된다. 두 정상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었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입각하여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한·일 관계 정상화에 나섰고, 한·미·일이 지난 8월 정상회의를 열어 3국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가 급랭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도 대중(對中) 관계 관리에 나섰고, 중국도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하며 밀착하자 한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때 시 주석 대신 참석한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 회담을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파견된 한덕수 총리가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했다. 정부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올 연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과 함께 내년 시 주석의 방한(訪韓)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 분위기도 한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한 총리와 회담에서 먼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작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선(先)방문을 요청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방한 이후 9년 넘게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리창 총리는 한중 회담 때 자기 의자를 끌어 윤 대통령 쪽으로 다가올 정도로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며 “공통 이익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중국 측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