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 41분 발송한 위급 재난 문자에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라”며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내용은 없었다.

비슷한 시각, 1300km 남쪽에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선 제이 얼럿(J-ALERT·전국순시경보시스템)을 통해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피해주십시오”라는 문자가 발송됐다. 문자를 보는 즉시 이런 문자를 보낸 이유와 행동 요령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작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동일하게 조치했고, 대피소로 이동하는 유치원 어린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모습이 우리에겐 ‘과잉행동’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진 등 평소 재해와 재난에 대비 해온 일본 국민에게 ‘미사일 발사’라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문자는 혼란을 막기 위한 필수 요소다. 전파하는 정부나 접수하는 국민 모두가 준비가 돼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이번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문자를 보냈다면 더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내용을 접하고 제대로 대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북한은 올 들어 미사일을 10번 쐈다. 작년엔 70발쯤 발사했다. 무인기를 5대 보냈고 1대는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그런데도 지난 6년간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집 주변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는 정치권 싸움이나 연예인 가십처럼 심드렁해진 지 오래다.

이날 긴급 문자를 본 국민 다수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행동하거나 일상을 방해하는 짜증 정도로 여겼다. 이번 소동을 통해 위기 상황에 준비되지 않은 우리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사일발사, 대피하라’는 긴급 문자는 특수 상황이나 과잉행동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준비해야 할 현실이다. 이번에는 미사일 잔해가 서해에 떨어졌지만 그 다음은 서울 한복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