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북민 500여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해 30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18년부터 매년 발간됐지만, 그 내용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50쪽짜리 보고서는 인권 탄압의 상징적 존재인 정치범수용소와 함께 아동·임신부에 대한 공개 처형, 고문·생체실험·강제노동 등 북한 내 만연한 인권 침해 실태를 총망라했다.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017년부터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 입소한 탈북민 20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대1 대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고, 이 중 508명이 경험한 1600여 개 인권침해 사례를 담았다.
보고서는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18년부터 매년 작성됐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반발 등을 고려해 이를 비공개해왔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4년 만에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복귀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방침을 바꿨다. 외교가에선 이번 보고서가 ‘핵 폭주’를 하고 있는 북한을 압박할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보고서 발간의 의미를 강조하며 “북한 인권·정치·경제·사회적 실상 등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 국내외에 알리는 게 안보·통일의 핵심적인 로드맵”이라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길 희망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인간적 삶을 누리게 되는 날까지 국제 사회와 연대하고 인권 개선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