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퇴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가 29일 ‘국가대공수사권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북한 간첩과 종북세력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 수집기능이 폐지되면 ‘내란선동’ 사건 등 ‘체제전복’ 사범에 대한 정보수집도 거의 불가능해져 안보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대신 정보의 수집·작성·배포권으로 대체한 것은 ‘국수완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안으로 국정원의 외청으로 ‘안보수사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날 발표자들은 국정원에서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전될 경우 정보와 수사가 분리돼 간첩 검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장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북한 간첩의 90% 이상이 외국을 통해 침투하지만 경찰은 해외 대북 정보망이 없고, 해외에서의 정보, 수사 활동이 금지되어 있어 정보와 수사가 분리되면 간첩색출과 검거가 더욱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 5년간 경찰이 검거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그 직전 5년 간의 약 25%에 불과하다”며 “경찰청 안보수사과의 업무역량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마약사범에 쏠려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폐지되어 경찰 단독으로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국가적 안보수사역량에 치명적인 잘못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비밀유지가 핵심이고 생명인데 정보수집 기관에서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순간 그 정보는 외부로 유통되고 누출되는 등 보안의 우려가 있다”면서 “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주장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박 변호사는 “독일 통일 전 서독에 파견된 동독의 간첩이 약 4000명으로 추산했으나, 통일 후 3만명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안보 관련 범죄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기술적, 이념과 사상적으로 최고의 전문가들로 범행 수법은 물론이고 수사와 재판에서의 대응까지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훈련 받는 등 주도면밀한 판단하에 범죄를 자행하기에 대공수사권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엄중해지는 안보 상황에서 지난 60년 이상 장기간 구축된 국정원의 대공정보와 수사 시스템의 와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변협 홍보이사인 문수정 변호사는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기회를 악용하여 국정원법에서 국정원의 대공 및 대정부전복 보안활동을 금지하고 국가의 60년 안전보장체제인 국정원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대신 정보의 수집,작성,배포권으로 대체했다”며 “이는 국정원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국수완박’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변호사는 “자통민중전위 등 잇따른 간첩사건을 보면 과거 물리력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해던 것보다 훨씬 교묘하고 현대적 시점에 적합화된 수법으로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암약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며 “국정원의 대공, 대정부 전복 수사 권환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개인정보에 대하여 매우 민감한 국민성을 갖고 있음에도 대공이나 대정부 전복을 막기 위해 법률로 광범위한 감청 및 수사범위를 수사기관에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일심회 사건을 기소한 대구고검 차장검사 출신의 최기식 변호사는 “일심회 사건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친 첩보의 수집을 바탕으로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들이 해외,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협업하여 장기간 잠복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 해외 국정원 동료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간첩의 접선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의 측면에서 경찰보다 국정원이 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최 변호사는 “첩보수집과 수사기관이 최소한 같은 지붕 밑에 있으면 국내와 국외를 연결해야 할 사건이 많다”며 “해외 활동요원을 확보한 국정원 지붕 밑에 있으면 효율성이 높고, 정치적 외풍이 문제 될 때 경찰보다는 국정원이 더 견고할 수 있고, 오랜 국정원이 수사 노하우를 사장 시키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바람직한 대공수사 모델로 국정원의 외청으로 ‘안보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양지회 회원인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장 황흥익 박사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60여년에 걸친 대공수사 노하우 축적, 휴민트와 시긴트, 인공위성 등 각종 과학정부 수집역량, 경찰의 해외정보망 부재와 주재국 활동제한, 우리 헌법상 제3조 영토조항에 의해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으므로 적국을 전제로 하는 형법상 외환죄(간첩죄 포함)와 내란죄(형법 제91조)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종한 양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60여년간 북한의 대남적화 기도를 분쇄하며 국가안보의 보루역할을 해온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안보를 허물고 국가정보기관을 무력화하는 이적행위라는 점에서 국정원 전직들의 깊은 분노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국정원 전직들은 남은 기간 동안 대공수사권 정상화를 통해 국가안보를 바로 세우겠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에 금번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