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가 지난 16일 첫 본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칩4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칩4 참여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지난 16일 화상을 통해 칩4 회의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주재 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IT) 주관으로 열리는 것으로, 지난해 9월 첫 예비회의를 개최한 후 5개월 만에 열린 본회의다. 한국은 주 타이베이대표부 인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했고, 외교부와 산업부는 국장급에서 참관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미·중 갈등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은 직접 다뤄지지 않았고, 공급망 안정화 및 다변화를 큰 주제로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핵심 반도체 기업들이 처한 상황 등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당초 칩4 본회의 참석 여부는 국익에 입각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내 반도체는 생산 측면에서는 미국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연두 업무보고에서 이와 관련 ‘새로운 협력’을 통해 능동적으로 국익을 추구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참여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외교부는 이날 “(지난 회의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를 논의하거나, 지식재산 및 기업비밀 정보를 교환하지 않았다”며 “민간기업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칩4 본회의에 참여는 하되, 낮은 자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1조엔(약 9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두 번째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일본 닛칸고교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두 번째 공장은 구(舊)공정을 활용한 첫 번째 공장과 달리 최첨단 공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강이었다가 몰락한 일본 반도체가 대만 TSMC와 협력해 다시 한번 부활을 시도하는 것이다.

주목받는 대목은 TSMC가 두 번째 공장에 5nm(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10nm의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첨단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칩에 쓰이는 초미세 공정으로, 현재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라인과 비슷한 기술 수준이다. 두 번째 공장은 연내 세부 건설 계획을 확정하며 공장 가동은 2020년대 후반이 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