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연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일친선협회 중앙회(회장 유흥수 전 주일대사)가 28일 주최한 연례 세미나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라며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 북핵·공급망 등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시한에 쫓기지 말고 한일 여론을 잘 설득해 결코 실패할 수 없는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일 국제협력 증진과 관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의 현상 변경 시도를 한국 같은 전후 국제 질서의 수혜자들이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라며 “한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국제 협력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흥수 회장은 “한일이 경색된 관계로 협력 체제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 양국 모두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 수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했다.

하세가와 고지 한국이토추 대표는 “한일 모두 중국에 의존할 수 없도록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공급망 구축, 탈탄소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이 추진해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이 거의 일치한다”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넘어 한일 간 공통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호 아쉬운 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친일(親日)이냐 반일(反日)이냐’는 이분법적 논리로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화했고 국가 간 합의도 형해화했다”며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반면 김재신 전 외교부 차관보는 “일본이 과거 행한 사과를 부정하는 언행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이 없다면 과거사 문제는 훨씬 잦아들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 조정하고 정책 제언도 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대 현안인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내실 있는 협의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박철희 교수는 “시한을 설정하고 풀어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양측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상태에서 결코 실패할 수 없는 과제로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한일은 현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양국 기업의 기부를 받아 배상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놓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국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대해 일본도 성의 있게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