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회원국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B20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하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오찬 간담회를 했다. 지난 11~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공개한 윤 대통령이 G20 회의를 계기로 ‘신(新)아세안 경제 협력 구상’ 실행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B20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민간 주도 성장의 핵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역점을 두고 있고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질서 구축을 위한 G20 차원의 논의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역에서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은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장점을 이어가면서도 아세안 회원국 전체(10국)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공급망·디지털·녹색성장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양국 기업인들이 참여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경제부총리 간 협의 채널 구축을 비롯해 교통·공급망·디지털 사업 등에서 총 10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과 관련한 모빌리티·스마트시티 조성 사업, 자카르타 중전철 4단계 사업, 친환경 스마트 항만 건설, 핵심 광물 공급망 사업, 디지털 교육 등과 관련해 정부나 현대차·LG 등 기업이 맺은 MOU다.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 구상을 밝힌 것은 세계 5대 경제권이자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 대상인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경제 위기를 돌파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대중(對中) 교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위험 요인을 관리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재 세계경제의 위기는 공급 측 충격이 크게 작용한 만큼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민간 주도의 공급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급 혁신’에 있다”고 했다. ‘공급망’과 ‘디지털 전환’ 협력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디지털 기술력이 있고 아세안 국가들은 핵심 광물 자원이 풍부해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한·아세안 협력 관계를 다른 아세안 국가들로 확대하되 국가별 특성과 산업 발전 정도에 맞춰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과는 국제 분업 관계를 지금보다 더 고도화하고, 인도네시아와는 광물 자원 확보와 디지털 전환, 필리핀과는 원전·방산·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