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령부 역대 사령관·부사령관들이 25일 한미동맹재단(회장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주최한 ‘연합사 지휘관 포럼’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가장 확실한 대북 억지력이고 압박 수단”이라며 “미래에 비핵화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절대로 훈련 규모를 축소·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연합사 의무 숭고해‥ 연합 훈련 장벽 모두 제거해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연합사는 숭고한 의무를 갖고 있고, 5000만명이 넘는 한국 국민이 매일 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연합사의) 준비 태세가 강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모든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1년 사령관을 지낸 그는 당시 아파치 헬기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훈련이 축소·불발됐던 상황을 거론하며 “북한에 외교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리스크’를 떠안았지만 우리의 방위 태세 역량과 신뢰도를 저해했던 것”이라고 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북한과 국내 일각에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에 대해서는 “국제적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사가 연합사 작전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맹들이 협력해 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병혁 전 부사령관은 “미래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개시되어도 연합 훈련이 외교 협상의 어떤 조건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며 “협상 과정에서 훈련 규모를 축소·중단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됐는데 이건은 북한의 협상 전략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한미동맹, 능력 발휘하려면 日협력 필요”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이 힘을 과시하는 것과 관련,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반대편에 서 있는 체제”라고 했다. 이어 “동맹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의 범위를 확장해 일본, 호주와도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정승조 전 부사령관은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 정파적 이익에 입각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미동맹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대만 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말하는데 우리도 분쟁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북핵 고도화와 맞물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미국 핵우산 강화’ 주장을 놓고는 미묘한 의견 차가 감지됐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확장 억제(핵우산)는 돌처럼 굳건(rock solid)하고 충분하다 생각한다”며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북한에 ‘더 큰 비용과 대가를 수반할 것이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주면 된다”고 했다. 반면 임호영 전 부사령관은 “과거에 북한이 이 정도로 도발한 전례가 없었고, 40년 군생활을 했지만 항공모함이 회항하는 것은 처음봤다”며 “전략 자산의 상시 전개, 나토식 핵 공유, 한국의 자체 핵무장 등 한미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확장 억제가 선언적 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작전 계획 수준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했다.
◇ 美대사 “반도체, 옳은 사람들의 손에 가야”
한편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미 동맹이 굳건해야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가 유지된다”고 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우리는 북·중·러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비롯된 전례 없는 위협과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며 “한미가 안보뿐 아니라 기후 변화 등 다른 글로벌 과제를 해소하는 데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를 둘러싼 경제 안보 중요성을 강조하며 “잘못된 사람들의 손이 아니라 옳은 사람들의 손에 가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