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9.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정부가 6일(현지 시각)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중국 신장에 거주하는 위구르족과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시진핑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토론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토론은 최종 불발됐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주제인 인권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첫 유엔 연설에서 “자유라는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연대하자”고 했는데, 자유·인권 등 보편적 국제 규범에 기반한 이른바 ‘가치 외교’가 본격화하는 상징적 사례라는 얘기가 나왔다.

총 4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투표 결과는 미국 측 대 중국 측의 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17국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중국·파키스탄·베네수엘라와 다수 아프리카 국가 등 19국은 반대했다. AP통신은 표결 후 “서방 대 중국의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시험대”라고 했다. 인도·우크라이나 등 기권한 나라도 11국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7일 “이번 인권 결정의 내용, 보편적 가치, 규범 실현 등을 감안해 찬성했다”며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국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중국의 반발 우려가 있더라도 우리가 세운 원칙,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에 따라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는 표결 직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신장과 관련한 거짓을 퍼뜨려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을 억제하려 했다”며 “그러나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음모는 또다시 실패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정부 입장에 대해 중국 측과도 소통했다”고 했는데, 표결 전날 우리 측 고위 인사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인권 문제에 대한 분명한 태도는 북한·중국을 의식해 침묵하거나 모호하게 언급했던 문재인 정부와 180도 다른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미 국무부와 유엔인권최고사무소가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유린 문제를 집중 거론할 때도 원론적 입장만 표명했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3월)거나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고 중국 등 국제사회와 소통을 한다”(12월)는 식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주요 7국(G7) 등 43국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지만 문 정부는 불참하기까지 했다. ‘인권 정부’를 자처해 놓고 중국의 인권침해엔 침묵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같은 가치 기반 외교를 지향하고 국제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 윤 대통령의 외교 구상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연말 유엔 총회에서 18년 연속 채택될 것이 확실시되는 유럽연합(EU) 주도 북한인권결의안에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특수성’을 이유로 들며 2019년 이후 불참해왔다. 그러나 한국이 다시 참가를 결정하자 EU와 캐나다 등 서방국가에서는 “한국이 돌아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와 함께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에 맞춰 국제 사회 내 한국의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6월 6회 연속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이사국에 선출된 데 이어 11일에는 사상 6번째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수임(受任)을 노리고 있다. 정부 목표대로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까지 당선될 경우 유엔 3대 핵심 이사회에 동시 진출하게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전후 국제 질서의 모범생이자 최대 수혜국”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경쟁으로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지만 자유, 민주, 인권 같은 가치를 옹호할 책임이 있고 그게 우리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