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양향자 의원(무소속)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향자 의원 페이스북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가 20일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찾아 면담했다. 한국·미국·일본·대만 간 반도체 협의체인 ‘칩4′ 진행 상황에 대해 캐물으며 한국의 참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구축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싱 대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양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달 7월 26일 첫 면담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이날 면담은 싱 대사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중국 보이차(普洱茶)를 들고 와 “의원님께 반도체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면담이 시작되자 이달 초 개최가 예정됐던 실무자급 예비 회의가 연기된 이유 등 칩4 관련 구체적 진척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미국 주도의 칩4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곤란함을 토로하며 “한국이 가입 안 하면 안 되나” “중국까지 같이 참여해 칩5로 확대하는 것은 어떠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솔직한 어조로 협의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인데, 최근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못 받게 된 상황까지 거론하며 “언젠가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제재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원천 기술에서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고, 공급망 대란 속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 강화가 필요한 상황을 설명하며 칩4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로 설명했다고 한다. 양 의원은 “개인적 친분도 있고 상황이 답답해서 찾아온 것 같다”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한국 측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측이 칩4 등 경제 안보와 첨단 기술에서 한미가 밀착하는 상황을 부쩍 의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