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은 1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및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왼쪽)과 2시간 동안 3자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 △첨단기술 및 공급망 협력 △주요 지역 및 국제적 문제에 관해 폭넓은 협의를 했다. /설리번 보좌관 트위터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안보 수장은 1일(현지 시각) 미 하와이에서 만나 북핵 문제와 첨단 기술, 공급망 협력에 대한 삼각(三角)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미·일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강력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차량을 제외하는 내용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선 “백악관에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해 추가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의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3국의 안보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약 17개월 만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작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대통령실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3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회의에선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김 실장은 2일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한 차례 더 한 것에 불과하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핵실험을 하면 지금까지와는 대응이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고 했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것은 절대 ‘6 더하기 1′이 아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방향으로 한·미·일 협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7차 핵실험이 사실상 ‘레드라인(금지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김 실장은 구체적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미리 밝힐 경우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려해야 한다”며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포함하는 확장 억제(핵우산)와 관련, “이달 중순 열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한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3자 간에 논의할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이미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를 거쳤기에 미·일이 전적인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하루 앞서 열린 한미 양자 회동에선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다뤄졌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검토를 약속했고, 1일에는 “전기차에 국한된 법이라기보다 자유주의 국가 간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재정립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동맹 홀대론’까지 제기된 가운데, 미국이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전략적 고려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설리번 보좌관이) 우리 모두 집에 들어가 IRA에 대해 숙독을 해보자고 말했다”며 “미국 백악관 차원에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도훈 2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고, 산업부에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공동 협의 창구 마련을 위해 5일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만남은 표면적으로 상견례 측면이 강했지만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동의 노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또 31일에는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김 실장 등 한·미·일 대표단을 상대로 환영 리셉션을 주재하기도 했다. 한편 김 실장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구체적인 시기를 논의했다”며 9월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