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처음으로 한중 고위급 인사가 대면하는 자리다. 중국은 칩4가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고, 대만이 참여한다는 점을 들어 반발해 왔다. 중국 측은 칩4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한국 정부가 ‘예비회의 참가’로 돌아선 데 대해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이 다시 공방을 벌인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과 중국 군사 훈련으로 격화한 대만 문제 등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계기로 열리는 회담이지만 어느 때보다 난제가 많은 상황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위해 8일 오후 출국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주요 20국)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지 한 달 만이다. 박 장관은 왕 부장과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 전반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측의 관심은 칩4,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이 동참하는 문제에 집중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이날 출국에 앞서 가진 약식 회견에서 칩4에 대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국익 차원에서 당면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사드 3불’(미 미사일 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 문제가 박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민감 이슈로 부상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중국이 한국과 (사드 3불을)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틀 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 입장 계승을 공개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왕이는 중국이 한국과의 주요 회담 때마다 언급한 ‘사드 문제의 타당한 해결’을 재차 언급하며 ‘사드 3불 유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약식 회견에서 “(사드는) 우리의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중국도 안보 주권을 존중해야 한중 관계가 원만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