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3불’ 유지 요구와 관련해 “사드에 관한 결정은 한미 간 합의를 따르게 될 것”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결정”이라고 했다. ‘사드 3불’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MD(미사일 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군사 주권 포기 논란으로 비화한 사안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사드 3불 유지’를 공개 요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사드는 한미가 결정할 일’이라며 중국의 간섭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박진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사드 3불’이 한·중 간 민감 현안으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2017.9.7/국방부영상공동취재단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사드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주권을 보호하고 적들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반도에 배치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어 체계”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운용에 관한 어떠한 결정도 (한·미) 양국 간 합의를 따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29일(현지 시각) “미국과 한국은 (2016년) 순전히 방어적인 목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동맹의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국방부·국무부 모두 사드가 전적으로 한미 동맹 사안임을 강조하며 중국의 3불 합의 유지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밝힌 ‘사드 3불’을 윤석열 정부도 계승하라고 공개 요구한 것이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사드 3불 약속을 철회하면 양국 관계와 윤석열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같은 날 트위터에 “한국이 2017년 밝힌 사드 문제에 대한 태도는 양국의 상호 신뢰를 높이고 협력을 심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웃 나라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은 신중하게 행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직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 예비역 육군 대장은 류 대표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한국 남부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어떻게 훼손하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첨단 센서들은 (사드의) TPY-2 레이더가 어떤 모드로 작동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자신들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고 지목해온 사드 레이더가 실제론 중국 쪽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를 부린다는 취지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반응이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사드 문제가 박진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민감 이슈로 떠오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국이 한국과 (사드 3불을)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중국이 3불 정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이 포문을 연 ‘사드 3불 유지’ 요구는 박 장관 발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박이었던 셈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한중 수교 30주년에 맞춰 추진되는 박 장관의 방중이 자칫 사드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3불(不)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사드 추가 배치, 미국 MD(미사일 방어) 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군사 주권 포기 논란으로 비화한 사안이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2017년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두 언급했다. 다음 날 한중이 발표한 합의문에선 빠졌지만 중국 정부는 줄곧 ‘약속’이란 표현을 쓰며 이행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