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이승만 건국 대통령 VR 기념관’ 추진 단장. 사무실 서가엔 소형 이승만 동상이 있었다. /김승현 기자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3·15 부정선거를 비판하러 경무대(옛 청와대) 앞까지 데모하러 갔습니다. 그 뒤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독재자,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람으로 치부하고는 잊고 살았죠. 그러다 일흔이 넘어 이 전 대통령이 쓴 ‘독립 정신’을 읽으며 조국 독립과 건국에 지대한 공을 세운 분임을 다시금 깨달았죠. ‘4·19 세대’인 제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겁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손병두(81)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최근 ‘단장님’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얻었다. 지난 5월 ‘이승만 건국 대통령 VR (Virtual Reality·가상현실) 기념관’의 추진 단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KBS 이사장·호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손 단장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기념관(2012년 서울 상암동 개관) 건립을 추진할 당시 박정희기념사업회 이사로 일하며 민간 차원의 기금 모금을 주도했다. 2013년에는 8월에는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기념관을 운영·관리해왔다.

손 전 부회장은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역대 대통령 기념관 중에 ‘건국 대통령’의 기념관만 빠져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며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이승만은 친일 매국의 아버지’라고 매도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이 전 대통령의 공을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공간에 기념관을 당장 설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 전 부회장은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만드는 데만 12년이 걸렸다”며 “부지 마련, 정부 지원 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고 코로나 시대에 더 많은 이가 찾을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 기념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가상현실 기념관은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목표로 개관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을 시작해 40여 일 만에 제작 비용인 3억원 모금을 끝냈고, 이달 4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손 단장은 “국내외에서 수백 명이 2만~5만원 소액 후원부터 고액 후원까지 다양하게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가상현실 기념관은 총 7관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년 시절부터 독립운동기, 건국 당시의 행적 등을 다룬다. 평면적으로 사진이나 자료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 입체적인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이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1942년 VOA(미국의 소리)를 통해 내보냈던 동포 연설을 3D 그래픽 등으로 실제 눈앞에 등장한 것처럼 생생하게 구현했다. 젊은 세대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회원 가입이나 비용을 없애 최대한 접근 문턱을 낮췄다.

손 단장은 “역사적 인물은 누구나 공과 과는 있기 마련”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40여 년간 해외에서 항일 독립 투쟁을 한 것 외에도 농지 개혁, 의무 교육, 한미 동맹을 통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았던 점들을 상세히, 흥미롭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젊은 세대가 이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한민국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