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첫 독자 정찰위성이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내년 말 발사 예정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찰위성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요소다. 군은 지난 2020년 군사 통신위성을 스페이스X의 로켓을 활용해 띄운 바 있다.

정찰 위성 띄울 스페이스X 로켓 /스페이스X

방사청 및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은 정찰위성 확보 사업인 ‘425 사업’으로 도입될 군 정찰위성 5기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해 우주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군은 지난해 공개 입찰을 통해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마쳤고, 이후 지난 2월 미 정부의 발사체 수출 승인 조치도 완료했다. 내년 말쯤 미국 본토에서 첫 번째 위성 발사를 시작한 이후, 2025년까지 800㎏급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순차적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425 사업’은 독자적인 대북 정보 감시 능력 확보를 위해 1조2200억여 원을 들여 2024년까지 고해상도 중대형급 정찰위성 5기(고성능 영상레이더 위성 4기ㆍ전자광학 위성 1기)를 도입하기로 한 사업이다. 내년 말부터 군 정찰위성 5기가 순차적으로 궤도에 진입하면, 우리 군은 2시간마다 북한 미사일 기지 및 핵실험장 등 주요 시설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군은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위성 정보의 대다수를 미국 등 해외 정찰 자산에 의존해왔다.

정찰위성은 사전에 적의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감시·탐지해낼 수 있는 만큼 킬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정찰위성 등으로 사전 탐지한 뒤 지대지·함대지·공대지 미사일 등을 활용해 선제 타격하는 시스템이다.

군 정찰위성이 국내 발사체가 아닌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배경에는 정찰위성의 중량 문제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험발사 단계인 위성 탑재용 발사체 누리호에는 대형 정찰위성을 싣기가 제한돼 해외 경쟁 입찰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군은 2020년 7월 군사 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Anasis) 2호’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쏘아 올렸다. 결국 우리 군이 대북 감시 능력 확보를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우주 탐사 기업에 두 번 도움을 받는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군 정찰위성 5기가 모두 도입된다 하더라도 초소형 위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위성의 정찰 주기가 약 2시간 정도로 감시 공백이 2시간가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초소형 및 소형 위성 발사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30일 초소형·소형 위성 탑재에 적합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첫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