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수석대표들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만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따라 발사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가 대북 정제유 수입 제한 강화를 비롯한 고강도 제재에 뜻을 같이한 것이다. 최근까지도 북한의 도발에 침묵하며 미국의 규탄·제재 요구를 뭉개던 외교부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대북 선제 타격을 시사했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극도로 조심해온 외교·안보 부처들이 ‘원칙 있는 남북 관계’를 표방한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적극적으로 주파수를 맞추는 모습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졌다. 성 김 대표는 회담 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 행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새로운 안보리 결의 추진을 위해 한국, 유엔 동료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노 본부장도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감안해 새로운 결의 추진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의 태세 전환 속도에 현기증이 난다”는 말이 나왔다. 외교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초부터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연쇄 도발을 규탄하는 미국 주도의 공동성명에 3차례 연속 불참하는 등 대북 규탄·제재에 극도로 소극적이었다. 외교부의 태도 변화가 대선 이후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윤석열 당선인의 한·미 공조 강화 기조와 대북 원칙론에 발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미가 함께 새로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가 절정에 달했던 2017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새로운 결의 초안에는 북한의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을 추가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추가 제재의 걸림돌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반대) 가능성이다. 성 김 대표가 5일쯤 중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만나는 것도 안보리 결의 추진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