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15일 서해에서 항모 스텔스 함재기 등을 동원한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극히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주한미군도 이날 이례적으로 패트리엇 미사일의 요격 훈련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북 ICBM 추가 발사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미군이 북 ICBM 추가 발사에 대응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국제 공역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의 4세대 및 5세대 함재기와 이 지역에 배치된 미 공군 항공기가 서해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 7함대 보도 자료를 인용하는 형태로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필리핀해의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35C 스텔스기가 출격해 서해까지 장거리 시위 비행을 했다며 사진도 공개했다. 서해는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와 미 항모와 전투기 등이 출동을 꺼려왔던 곳이어서 이번 미 함재기들의 서해 비행 및 공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F-35C 스텔스기의 서해 비행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미국은 이날 링컨함에서 F-35C를 비롯, FA-18 수퍼 호넷 전투기, E-2C 조기경보기 등이 출격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여러 결의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뻔뻔하게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도 이날 보도 자료에서 “올 들어 빈번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탄도탄 방어 태세 강화 지시에 따라 한국에 주둔 중인 미8군 제35방공포병여단이 검증 훈련의 강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정해진 모의 전투 상황하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특정 장소로 전개하고 대공 및 미사일 작전을 수행하는 등 전개 및 재배치 훈련이 실시됐다”며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주한미군이 북 미사일 요격 훈련 배경과 훈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도 드문 일이다.
앞서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워싱턴 민간 단체인 미 항공우주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서 뚜렷한 북한의 ICBM 발사 징후와 관련한 질문에 “확실히 우리는 북한의 ICBM 발사처럼 보이는 것을 적어도 두 번 보았다”며 “태평양 공군은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다른 명령을 받을 경우 그 명령들을 실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일본 NHK는 미 특수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이날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코브라볼은 이날 오전 2시 반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이륙한 뒤 약 9시간 후인 오전 11시 40분쯤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브라볼은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특수 정찰기로, 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12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설치된 것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포착된 구조물은 북한이 미사일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토대 2개로, 순안공항 북쪽의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에 자리했다. 북한은 순안비행장에서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성능 시험을 위한 시험 발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