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제정한 위국헌신상 제12회 시상식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수상자 등 최소 인원(30여 명)만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됐다. 강물에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해 ‘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던 김재엽 육군 소령 등 5명이 본상을 받았다. 특별상은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 개발 중 폭발 사고로 순직한 고(故) 기태석 국방과학연구소(ADD) 선임연구원이, 한미동맹상은 주한미군사령부 윌리엄 리브스 중령이 수상했다.
‘참군인’ 임병찬 육군 중사… 조주영 공군 중령은 ‘미러클 작전’ 활약
지난해 9월 10일 오전 8시, 강원 인제 육군 12사단 일반전초(GOP). 전날 태풍 ‘마이삭’이 뿌리고 간 집중호우로 철책이 무너져 내렸다. 분대장 임병찬(당시 24세) 중사는 부하 10여 명을 이끌고 복구 작업에 나섰다. 한 치 흐트러짐도 용납되지 않는 전방 경계. “퍽!” 임 중사 왼발 밑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쓰러진 그는 북한의 기습 도발인 줄 알고 부하들에게 손짓하며 외쳤다. “빨리 올라가!”
이날 임 중사는 유실 지뢰에 왼쪽 정강이를 잃었다. 그러나 부하들이 모두 참호로 대피하는 모습을 본 뒤에야 의식을 잃었다. 헬기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정신을 차린 뒤에도 “병사들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한창 나이에 당한 부상으로 상심하기도 했지만 선배 간부들과 병사들이 ‘같이 힘내자’고 격려해준 덕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중사는 이후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틈틈이 부대원들에게 전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원 부대로 복귀했다. 재활 의료진이 “의족(義足)에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군 당국은 임 중사에게 병과(兵科) 전환이나 타 부대 전출을 권했다. 그러나 그는 “내 부하들이 전역하는 모습만큼은 봐야겠다”며 원대 복귀를 고집했고 사고 당시 맡았던 ‘화기중대 직사분대장’ 직책을 수행 중이다. 임 중사가 근무하는 육군 12사단 최전방은 전군(全軍)에서 근무 환경이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하나다.
이날 위국헌신상을 받은 임 중사는 “처음엔 부상 부위에 대한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한쪽 다리로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젠 의족으로 잘 걸을 수 있고 부대 생활에도 지장이 없다”고 했다. 부대 동료들은 “사고 전과 다름없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단결과 화합을 주도하는 임 중사는 전 부대의 귀감”이라고 했다. 임 중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동료들과 부모님, 여자친구에게 감사드린다”며 “자랑스럽고 모범이 되는 군인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임 중사와 함께 상을 받은 공군 5공중기동비행단 조주영(38) 중령(진)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0명을 국내로 송환한 ‘미러클 작전’ 선임 기장으로 활약했다. 2005년 3월 공군사관학교 53기로 임관한 조 중령(진)은 올해 공중급유기(K-330) 첫 해외 공중급유 임무 ‘레드플래그 알래스카’(6월)를 비롯, 코로나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 복귀 ‘오아시스 작전’(7월)에 이어 미러클 작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오아시스 작전 당시엔 무박 3일(만 53시간)이라는 한국 공군 역사상 최장(最長) 임무를 안전하게 완수했다.
그는 2007~2016년 수송기 교관으로 2000시간 이상 비행했고 K-330 전력화 핵심 업무를 맡았던 에이스 조종사다. 그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로 언제나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며 “그간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며 노하우를 습득한 덕분에 미러클 작전을 수행할 때도 긴장하거나 초조한 마음은 없었다”고 했다.
실제 조 중령(진)은 2018년 12월 KC-1호기 페리 비행(스페인캐나다김해)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엔 6·25전쟁 70주년 호국 영웅 유해 봉환(하와이), 같은 해 7월엔 파견 근로자 복귀(이라크) 임무를 수행하며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미러클 작전 때는 100여 명 영·유아를 위해 분유·젖병·기저귀 등 물자를 미리 챙겼다. 복귀 단계에선 탑승자·물자 무게를 꼼꼼하게 측정, 불과 170㎏ 차이로 이륙 중량을 맞춰 한국으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오늘 상은 함께 작전을 준비했던 미러클 작전 요원 60여 명을 비롯, 우리 군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군복을 입고 헌신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고 했다. 연이은 훈련·비행 출장과 코로나 격리 탓에 동갑내기 아내 장수현(38)씨와 딸 민서(9)·은서(8)양의 얼굴을 보지 못한 날이 많았다. “저 대신 힘든 육아를 맡아준 아내와 언제나 아빠를 기다리며 보고 싶어 했을 두 아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서욱 국방부장관 축사] 군인에 가장 영예로운 상… 오늘 수상자들이 참군인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위국헌신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온 군인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고 영예로운 상입니다. 오늘 수상자들은 이 상의 이름처럼 안중근 장군님의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을 실천해온 참 군인입니다. 헌신적인 임무 수행으로 국민들께 믿음직스러운 군의 모습을 보여준 여러분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고(故) 기태석 연구원에게 깊은 경의와 애도를 표합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국군 전 장병들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군은 위국헌신의 자세로 군인의 본분을 다할 것입니다.
[방상훈 사장 인사말] 강력한 안보 요구되는 시기… 모든 국군 장병께 감사드려
국방부와 조선일보는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나라 지키는 일에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군인과 국방 분야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위국헌신상을 제정했습니다. 북한은 올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각종 신무기를 시험 발사하며 더욱 고도화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안보 태세가 요구되는 이 시기에 위국헌신상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군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고 명예로운 상’으로서 수상자들의 공로가 국민에게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방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국군 장병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