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강원 속초·양양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육군

“주말 제설 작업을 왜 공무원이 아니라 군인이 해야 하느냐?” “휴일에 병사가 제설하면 수당 줘야 한다.”

지난 주말, 강원 영동 지역은 최대 60cm에 이르는 적설량을 기록했다. 도로가 단절되거나 주택이 고립되는 일이 속출했다. 이에 한 육군 부대가 양양·속초의 민간 제설 지원에 나섰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육군은 지난 26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강원 지역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는 장병들의 사진을 게재했다. 육군은 “영동 지방에 폭설이 내려 많은 장병이 수고해줬다”며 “양양·속초 독거노인 주거지 일대를 지원했다”고 했다.

지난 26일 강원 속초·양양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육군

그러면서 주택가에서 삽으로 눈을 치우는 장병들의 사진, 노인을 부축해 길을 걸어가는 장병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육군은 또 91세 6·25 참전용사의 고립 소식을 듣고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대민 지원을 나선 원사의 사연도 공개했다.

육군은 “폭설로 보급선이 막히면 원활한 작전은 물론 장병들의 의식주까지 위협을 받는다. 장병들에게 제설은 작업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작전’”이라며 “영동 지방은 폭설이 잦은 지역이다. 육군은 군의 피해를 최소화함은 물론, 국민 여러분들을 돕는 일에 늘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티즌 반응은 곱지 않았다. “공무원은 주말에 놀고 군인들만 주말에 갈아넣느냐” “강제 징용이나 다름 없다” “주말 쉬는데 억지로 투입됐는데 미담처럼 포장한다” “병사들은 개고생하고 간부들은 사무실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등 비난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27일 오후 1시 현재 7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지난 26일 강원 속초·양양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육군

비판이 폭주하자 육군은 “(공무원·군 간부) 모두 함께한 현장이었다”며 “영동 지역은 기후 특성상 민관군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재차 답글을 달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군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좋은 일을 했는데 너무 손가락질하지 마라” “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병역 의무를 부당한 노동으로 몰지 마라”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민간 도로 기능 마비 등 상황은 군 작전에도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인데 최근 성별 사안에 민감한 군필자들이 ‘휴일 제설’에 대한 울분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 일각에선 현 정부의 ‘인권 중시’ 병영 방침 영향을 받은 풍조 탓에 제설 작전조차 여론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6일 강원 속초·양양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에 나선 한 장병이 노인을 부축해 길을 걷고 있다./육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