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내에서 병사와 간부의 두발 길이를 다르게 규정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이를 똑같이 통일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각 군 두발 규정은 전투 임무 수행 등을 위한 것인데, 간부와 병사에게 차등 적용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두발 규정 적용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작년 9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공군 병사는 스포츠형 두발만 허용되고, 간부는 간부 표준형과 스포츠형 모두 허용한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병사들은 ‘앞머리 5㎝, 윗머리 3㎝ 이내, 옆머리 및 뒷머리는 짧게 치올려 조발한 형태’의 스포츠형만 할 수 있다. 그러나 간부는 ‘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해야 하며, 모자를 썼을 때 노출되는 머리가 단정히 조발되도록 하고 모자를 벗었을 때 앞머리가 이마를 덮지 않도록 하는 형태’의 간부 표준형 머리도 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이 문제가 공군뿐 아니라 전(全)군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4월 조사 대상을 국방부와 전군으로 확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모두 간부, 병사 간 다른 두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각 군은 “머리 부위 부상 시 응급처치 필요성, 집단 생활로 인한 위생 문제, 임무 즉각 투입을 위한 두발 관리 시간 최소화, 군인으로서의 품위 유지 등을 감안해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외 사례를 조사한 결과 모병제뿐 아니라 징병제 국가에서도 장병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만, 신분에 따른 차등 적용은 하지 않는다”며 “간부와 병사에게 차등적으로 두발 규정을 적용하는 건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지난 6월 대통령 지시로 출범한 병영문화 개선 기구인 민·관·군 합동위원회도 ‘두발 규정 단일화’를 군에 권고한 바 있다. 육·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은 이미 간부·병사 간 차등을 두지 않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국방부에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다만 군 안팎에서 ‘군대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 군 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 취지와 임무 특성, 군 기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발 규정 개선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