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에콰도르의 극빈 지역인 페드로 카르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여파로 모든 병원이 폐쇄됐다.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의지할 의료시설은 ‘자비의 성모재단 병원’뿐이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아동, 부녀자들을 위해 가공할 역병의 공포에 맞서 병원을 지킨 민옥남 수녀가 16일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수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수상식을 주관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민옥남 수녀는 2008년 다른 공여기관에서도 기피하는 에콰도르 극빈 지역에 파견된 이래 의료·사회 복지를 위해 헌신했다”며 “페드로 카르보 지역에서 ‘자비의 성모재단 병원’ 외에 장애인학교와 방과후 공부방도 운영해 왔다”고 했다.
민 수녀는 대통령상과 함께 이태석상도 받았다. 이태석상은 남수단에서 의료봉사와 취약계층 지원에 헌신한 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려 제정한 상이다. 민옥남 수녀는 수상 소감에서 “그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살았을 뿐인데 귀한 상을 주셨다”며 “(본의 아니게) 제 삶을 세상에 알린 것 같아 부끄럽고, 더 열심히 산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해외봉사상은 세계 각지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국격을 높이고 인류애의 귀감이 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2006년 제정됐다. 작년까지 192명이 상을 받았고, 올해는 민 수녀를 비롯해 9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무총리상은 우즈베키스탄에서 ‘KOICA 글로벌협력의사’로 의술을 펼쳐 온 송영일씨와 우간다에서 난민 돌보기에 앞장선 선교사 신현가씨가 받았다. 피지에서 이비인후과 발전에 기여한 오충현 글로벌협력의사, 브라질 산타마리아 지역에서 기아대책 수립 활동을 펼쳐 온 우경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활동가는 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윤창균 글로벌협력의사와 이운숙 코이카 해외 봉사단원은 코이카 이사장상을, 서지혜 기아대책봉사단 봉사단원과 류기용 캄보디아 왕실예술대 교수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상을 각각 받았다.
손혁상 코이카 이사장은 “오늘 수상하신 모든 분들은 사랑과 헌신의 마음으로 전세계 오지에서 협력국 주민들과 함께해 오셨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셨음은 물론”이라며 “이런 활동들이 코로나로 고통받는 협력국의 공동체 복원과 물리적으로 단절된 세계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