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극단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모 중사 사건이 발생 219일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부실 초동 수사 책임자인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 등 ‘몸통’은 단 1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종수사 결과, 이번 사건 관련자 총 25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중 1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명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군 검찰의 지휘·감독라인에 있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공군 법무실 지휘부는 1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족들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15비행단 대대장, 중대장 등 2명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반면 이 중사 국선 변호인 이모 중위, 성폭력 신고 접수 시 개요보고를 하지 않아 직무유기 지적을 받은 이갑숙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군 안팎에선 “국방부 검찰단이 같은 법무병과 유력자들은 불기소하고 힘 없는 깃털만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이 중사 사망과 관련, “피해자의 절망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목이 메인 채 격노하며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병영문화 폐습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했다. 추념식 이후 국군수도병원 이 중사 추모소를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격노 이후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자진 사퇴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군은 ‘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에 대해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창군 이래 최초로 특임 군검사까지 투입했지만 결국 ‘제 식구 봐주기’ 수사로 끝난 셈이다.
공군 20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다. 그러나 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당일이자, 본인 요청으로 다른 부대로 전속한 지 사흘 만이었다.
이후 유족은 고인이 동료와 선임 등으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사망 후 지금까지 5개월 가까이 이 중사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장례를 미루고 있다. 수사 책임 ‘몸통’을 대부분 불기소한 이번 국방부 검찰단 결정에 대해 유족은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