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강감찬호./조선일보DB

선임병들의 구타·폭언·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해군 병사가 지난 6월 극단 선택을 했는데도 군(軍) 당국은 3개월 가까이 은폐했던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군대 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에 대해 국방부가 “이제는 바뀌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해군은 7일 “지난 6월 18일 휴가 중이던 강감찬함 소속 정모 일병이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했고 올 2월 강감찬함에 배치됐다. 전입 열흘 뒤 사고를 당한 부친 간호를 위해 2주 청원휴가를 받았고 복귀 후 코로나 방역 조치로 2주간 격리됐다.

이후 선임병들이 “꿀 빨고 있다” “신(神)의 자식”이라며 정 일병에게 폭언·욕설·구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일병이 강감찬함 승조원실에 들어오면 일제히 방을 나가는 식으로 집단 따돌림도 했다고 한다. 선임병들이 갑판 근무 중 실수한 정 일병 가슴과 머리를 밀쳐 넘어뜨리거나 “뒤져버려라” 등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정 일병은 이런 가혹 행위를 함장에게 신고했지만 함장은 정 일병과 가해자들을 즉시 분리시키지 않았다. 함장은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며 선임병과 정 일병을 대면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일병은 구토·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며 갑판에서 기절하거나 자해 시도를 했다.

정 일병 지휘관이었던 함장 등은 수사를 받지 않았고 징계 없이 6월 27일 청해부대로 보직을 옮겼다. 해군은 “정 일병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