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8일 오후 3시 19분, 강원 철원 지포리 사격장에서 육군 5포병여단 K-9 자주포가 훈련 도중 폭발했다. 이태균(26) 상사, 위동민(20) 병장, 정수연(22) 상병이 숨졌다. 정복영 중사, 김대환 하사, 이찬호 병장, 마진현 병장이 중화상을 입었다.
사고 4주년인 지난 18일을 앞두고 군(軍) 당국은 코로나를 이유로 유가족·생존자 참석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매년 진행되던 추모식도 진행되지 않았다. 생존 장병 이찬호(27)씨는 20일 조선일보 통화에서 “사고 5주년까지는 당국에서 추모 행사를 해주기로 했었는데 며칠 전 외부인은 참석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가 참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주길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 당시 군 지휘부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 장병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송영무 국방부 장관) “숭고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합당한 예우와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고 다짐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면서 ‘잊혀진 사고’가 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생존 장병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사고 넉 달 뒤 군은 “부품 오작동이 사고 원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던 당시 군 수뇌부 공언과는 달리, 수사 과정이나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찬호씨는 “‘명품 자주포’라며 외국에 수출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군 당국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군에서 100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 K-9에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화테크윈에서 개발한 K-9은 터키·호주·인도 등에 수출 중이다.
이찬호씨는 사고 4주년 당일이었던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안장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장면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이씨는 “홍 장군 안장식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같은 코로나 상황에 대통령은 저런 행사에 가는데도 우리에겐 이토록 무관심할까 씁쓸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찬호씨는 “거대한 군 조직, 방산 업체 등에 비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개미’”라고 했다. 그는 “개미가 의지할 곳이라곤 국가뿐인데, 국가마저 우리를 이렇게 잊는다면 아들 가진 부모님이나 남자들은 입대를 회피하고 국가를 원망할 것”이라고 했다.
육군은 “18일 추모 행사는 코로나 4단계 방역 탓에 현역 부대원을 대상으로만 실시했다”며 “유가족에 대한 참모총장 메시지는 발송했으나 생존 장병들에게는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정한 보훈’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라며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다”고 했다.
모델이 꿈이었던 이찬호씨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모델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팔·다리를 비롯, 신체의 절반 이상에 화상 흉터가 있고 얼굴 피부 역시 온전치 않다. 그런데도 그는 “나라를 지키다가 입은 자랑스러운 흉터로 내세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