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카타르에서 18일 화상 간담회를 갖고 탈출 작전 개시에서 완료까지 2박 3일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최 대사는 “(항공기에) 실을 수 있는 가방 크기가 30X30X20㎝로 제한돼 양복을 못 챙겼다”고 했다.
최 대사는 “(카불 대사관에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화상회의를 하던 지난 15일 오전 11시 반쯤 경비 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20분 거리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방국 대사 3~4명에게 급히 전화를 돌려보니 일부는 전화를 안 받았고, 일부는 ‘정말 급박하다. 당장 떠나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요·기밀문서를 파기하고 5분 거리의 우방국 대사관에 도착하니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도 속속 집결하는 상황이었다. 최 대사 일행은 우방국이 제공한 헬기로 갈아타고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피란민 행렬로 육로 이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군 공항은 아직 통제가 되고 있었지만 민간 공항은 카불을 탈출하려는 현지인들이 밀려들어 막무가내로 항공기에 매달리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총성이 끊이지 않았고, 상황 경계를 위해 헬리콥터가 공항 상공을 맴돌았다. 최 대사는 “전쟁 상황이었다”고 했다.
직원 대부분은 이날 카타르로 빠져나갔고, 최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 3명은 일단 잔류를 택했다. 철수를 거부하는 최후의 교민 A씨를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더 악화됐다. 16일 오전부터는 아프가니스탄 군중이 군 활주로까지 밀고 들어와 공항 기능이 마비됐다. 어렵사리 철수를 결심한 A씨의 탑승 절차는 원래 오후 3시(현지시각)였지만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돼 터미널에서 무한정 대기하는 상황이 됐다.
사태가 수습된 건 17일 새벽 1시쯤이었다. 최 대사 등 잔류 공관원 3명과 A씨는 우방국이 운용하는 군 수송기에 탑승했다. 승객 절대 다수가 미국인이었던 수송기는 오전 3시쯤 카불 공항을 이륙했다. 탈출 작전 개시 39시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