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당국이 최악의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들에게 ’당시 함 내 상황을 외부로 발설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문무대왕함 승조원 A씨는 지난 2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퍼진 함 내 상황은 지옥이었다”며 “상부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간부라고 밝힌 A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함 내 코로나 확산 상황에 대해 “함 내 상황은 개판이었다. 좁은 배 안에서 격리는 무의미했다”며 “음식 삼킬 때 목이 아파 너무 힘들었고, 피가래가 나왔다”며 “하루하루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먹은 약은 타이레놀(감기약)뿐이었다”고 했다. “솔직히 어떻게 견뎠는지는 모르겠다. 끙끙 앓다가 잠들기를 반복했고, 서로 건강 체크해주고 의지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고 했다.
A씨 증언이 공개되자 군 당국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군 관계자는 ’외부 발설 금지가 사실이었느냐’는 조선일보 질문에 “원래 현역 군인들의 언론 접촉은 원칙적으로 통제돼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보도 경위를 파악하거나 해당 간부를 색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 상황에서 어떻게 색출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최근 부실 급식 논란,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때도 ’외부에 진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겠다며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