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12일 “경기 포천 육군항공대대 활주로에 응급 의무후송헬기(메디온·KUH-1M)가 착륙 도중 불시착했다”며 “헬기에 탑승한 인원은 5명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인접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는 이날 오전 10시 36분쯤 활주로 지면에 도달했다. 언론에 공개된 현장 사진을 보면 꼬리와 동체는 완전히 분리된 상태다. 전면 유리는 거의 부서졌고 프로펠러 역시 상당 부분 파손됐다. 헬기는 활주로 도달 당시 10~15m 정도 공중에 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부기장을 비롯한 탑승자 전원이 골절 등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군 안팎에선 헬기가 균형을 잃고 사실상 추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육군본부 노재천 정훈공보실장(준장)은 이날 조선일보 통화에서 “현장 부대에서 ‘불시착’이라고 최초 보고를 받았고 육본도 불시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불시착’으로 검색해보면 이보다 더 심한 사진도 많다”고 했다.
한국어사전은 불시착(不時着)의 뜻을 ‘비행기가 비행 도중 기관 고장이나 기상 악화, 연료 부족 따위로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착륙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노 실장은 ‘해당 헬기가 사전적 의미에서 불시착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넓은 뜻에선 불시착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한 군 관계자는 “사실상 반파된 헬기가 불시착했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군이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불상 발사체’ 같은 말을 사용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에서 ‘피해 호소인’ 같은 신조어를 만들자 이젠 군마저도 그러는 것 같다”며 “헬기가 지면으로 도달하던 당시 영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사고 잇따르는 수리온 계열 헬기
육군은 지난해 ‘하늘의 응급실’로 불리는 메디온 8대를 실전 배치했다. 도입 가격은 모두 2200억원이다. 사고 헬기는 지난해 가을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내엔 각종 응급 의료 장비가 갖춰져 있다. 중증 환자 2명 등 최대 6명의 환자를 수송할 수 있다. 메디온은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긴급 의무 수송도 지원하고 있다.
육군과 해병대는 사고 직후 수리온·메디온을 비롯, 수리온 계열인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또 항공작전사령관을 위원장으로 한 조사위를 꾸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수리온은 육군 노후 헬기(UH-1H, 500MD)를 대체하고자 2006년부터 6년여간 개발한 국산 헬기다. 세금 1조3000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2013년 전력화 이후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2013~2016년 전방 유리 파손 사고가 5차례 발생했다. 2014년엔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가 충돌해 파손, 엔진이 정지했다. 2015년엔 엔진이 정지돼 비상착륙하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3차례 이어졌다.
특히 2018년엔 해병대 마린온이 추락, 탑승자 5명이 숨졌다. 당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회전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로터 마스트’ 파손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