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미·중 전략 경쟁 속 한반도가 나아가야할 길’ 세션에선 외교·북한 전문가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북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담자로는 아산정책연구원 한승주 이사장을 비롯해 최강 부원장, 마이클 그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나섰다.
이날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전략을 두고 “악을 말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다(Three NoS, say no evil, hear no evil, see no evil)”라고 표현했다. 최 부원장은 “G7(주요 7국)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표현하고 있고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고위 관료는 문재인 정부는 G7 성명 국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계속해서 미니멀리스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폐막한 G7(주요 7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선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이 명시된 바 있다.
최 부원장은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의 배경엔 북한도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고 국제적 감각도 있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최 부원장은 “내가 보기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레거시(유산)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의 대북정책에는 북핵 문제 뿐 아니라 포괄적인 문제가 다뤄져야한다. 북한 인권 문제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왔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 부소장은 “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선 미온적으로 나오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중국 정부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선 미중 전문가들의 전망이 거의 같다”고 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에서 좀 더 우위를 가지는 레버리지 역할을 했다”며 “즉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에게 힘을 실어준 역할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좀더 영향력을 갖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대화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미중 라이벌이 격화될수록 한반도가 선택할 옵션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한편 미국 입장에서 군사적으로 한국이 군사 동맹으로서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