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안 된다.”(스티브 비건)

사진 / 2021년 6월 30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열린 섹션 '북한의 미래'를 조주희 ABC뉴스 서울지국장의 사회로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앤드류 킴 전 미국중앙정보부(CIA) 부국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6.30. / 고운호 기자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마크 내퍼)

30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다이너스티홀에서 마크 내퍼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 미 북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깊이 관여해 본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스티브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30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북한의 미래’ 세션에서 “그간 미북 관계가 난국에 빠진 상태로 정권을 승계받았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며 얻었던 기회는 날렸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미·북 막후 협상의 주역인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바이든 행정부의 ‘잘 조율된 실용적 대북 접근’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토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4년 뒤면 다시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미북 대화는 정권 초기에 이뤄져야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있는데 이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글로벌 리더의 시각’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에스퍼 전 장관은 “6·25전쟁 폐허에서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저력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트럼프 행정부 비핵화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 비핵화는 하룻밤에, 한 행정부 임기 안에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라며 “원했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관계 진전은 이뤄냈다. 오늘도 (하노이 협상을 준비한) 2년 6개월 전만큼이나 ‘비핵화가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뒤이어 열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북 관계’ 세션에 참여한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대화의 공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대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며 “북한 반응이 도발보다는 어딘가에서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장점은 개방성”이라며 “한국·일본 등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검토해나간다면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비핵화 협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식량난과 코로나 방역 실패로 내부 사정이 혼란스럽고,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며 “대화 제의를 하더라도 한국 대선을 전후해 움직일 듯하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 2021년은) ‘잃어버린 1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 입장에서는 수십 년 온갖 대가를 치르며 핵 위력·투사력을 과시한 만큼 ‘협상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협상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중국 변수가 북한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윤 전 대표는 “그간 비핵화 협상이 북미 사이에서 이뤄졌는데, 최소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4자 협상이 필요하다”며 “비핵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미국은 중국이 (북핵) 해결책의 전부는 아녀도 일부는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