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공군 양성평등센터가 극단 선택을 앞둔 이모 중사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고 사건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7일 제기됐다. 센터는 2018년 성폭력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다.

양성평등센터 이모 센터장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건 직후인 3월 초에 인지하고도 국방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이 중사 관련 사항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고충 상담’ 등 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3월 24일 ‘성고충 상담 매뉴얼’을 발간하며 “매뉴얼에 성고충 상담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해 건강한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자신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여권(與圈) 인사다. 이 센터장은 당시 문 후보 ‘대전 시민 캠프’ 여성행복본부장으로 활동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대전시장 후보 캠프에서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권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자 대전시 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을 2017년까지 지냈다.

이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9년 1월, 민간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센터장(군무원 3급)에 임용됐다. 당시 군은 “군의 시각이 아닌 민간의 양성평등적 관점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임명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전문성을 외면한 ‘정치권 낙하산 인사’란 말이 나왔다. 이 센터장은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장병들이 마음 놓고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고위직 가해자에게 더욱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본지 통화에서 “사건 직후 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왜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관련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임용됐다”며 “‘낙하산’이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과거 캠프 활동 등에 대해 “현재 업무와 관련 짓지 말아 달라”며 “민주당에 한 번도 입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