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간부 김모(24)씨는 30일 “민원 때문에 사격 훈련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라고 했다. 군은 그간 과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탄(實彈) 사격장 군기를 엄격하게 유지해왔다. 부주의할 경우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젠 훈련병들이 사격장에서 떠들고 장난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간부나 조교들이 사격장에서 소리만 조금 질러도 윗선에선 ‘민원 들어오니 살살 해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병영 문화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부실 급식, 과잉 방역 논란이 일면서 일선 군 간부들은 ‘민원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육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주말에도 ‘국방 헬프콜(민원 전화)’에서 ‘당신네 부대에서 이런저런 민원이 들어왔는데 사실이 맞느냐’는 확인 전화가 수차례나 걸려온다”며 “병사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육군의 한 부사관도 “급식 등과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면 진급이나 성과급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러스트=양진경, 박상훈

지난 25일, 한 전방 지휘관이 격리 병사에게 보낸 피자와 손 편지가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지휘관은 ‘많이 답답했을 텐데 피자 먹고 얼굴 피자!’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같은 문구를 일일이 적어 격리 병사들에게 보냈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군 안팎에선 ‘군 지휘관이 무슨 배달 음식점 사장이냐’ ‘군대가 무슨 평점 받는 업소가 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엄정한 군기를 바탕으로 실전적 훈련을 하기보다 병사들에게 욕 안 듣고 무난하게 임기를 넘기는 사람이 진급하는 군대가 됐다”고 했다.

군에서 실전적 훈련은 뒷전이 된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국군 최고지휘부는 이미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선 부대로도 퍼져가는 상황이다. 4주 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2주 격리를 하고도 훈련을 수료한 것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기초 군사 훈련 등 ‘군인화 과정’을 절반 빼먹고도 일선 부대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 육군 부대는 올봄 하려던 유격 훈련을 7월로 연기했다. 명목은 코로나 방역이었지만 부실 급식 사태 여진을 피해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한 전방 지휘관은 “이럴 때 훈련장 급식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봐라. 악몽 그 자체”라고 했다.

초급 간부, 고참병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병장·상병들 사이에서 “요즘 신병들은 어린아이 같다” “신병 눈빛에 ‘나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육군의 한 소대장(25)은 “상급자들은 ‘민원 들어오면 다 죽는다’고 압박하지, 병사들은 말 안 듣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군 내에선 ‘조리병, 조교 다음엔 초급 간부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상급 부대에서 예하 부대에 지침만 하달하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현 상황을 ‘MZ 세대’ 20대 병사들의 문제로 보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민원 대응 때문에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육군훈련소 조교 등 고참병들과 초급 간부들도 20대다. 정부 관계자는 “군대는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지 레스토랑이나 호텔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군이 ‘이남자’(20대 남자) 불만에 대응하는 고객만족팀이 돼버렸다”고 했다. 온라인에선 “전쟁 나면 현역들은 휴대폰을 잡을 테니 총은 예비군들이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