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오는 15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및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미 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 청문회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바이든 시대에 자칫 한국이 ‘인권, 표현의 자유 침해국’ 낙인이 찍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랜토스 인권위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로 청문회 시점을 맞춘 것도 남북 모두를 향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에는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와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중국·북한 전문가인 고든 창, 제시카 리 미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전단금지법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랜토스 위원회는 청문회 배경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특정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조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며 “일각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해왔다”고 했다. 최근 랜토스 위원회의 인권 청문회 대상이 된 나라들은 나이지리아, 중국, 아이티, 온두라스 등이다. 대북전단법 청문회는 한국이 이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김여정 하명법’이란 비난에도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등 살포에 대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및 자유민주 진영 전체에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 국무부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라고 했고, 미 의회에서는 ‘어리석은 입법’ ‘문재인 대통령 아래 한국 궤적을 우려’ 같은 말이 나왔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의회, 시민단체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 재고를 촉구했다.
랜토스 위원회가 올 초 청문회를 예고한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총력전을 벌여왔다. 주미 한국대사관도 미 의회와 행정부 인사, 싱크탱크, 인권 단체에 ‘남북 관계의 특수성’ 등 논리를 집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날 청문회가 확정되자 통일부는 “(미 의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는 의결 권한이 없는 등 국내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 모임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