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이 한미 관계를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그 사람을 지배하는 행위)’에 비유하고, ‘동맹 중독’ 등으로 표현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미국 측의 급격한 동맹 해체가 아니면, 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국립외교원은 정부 산하 연구 기관으로 원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김 원장은 30일 공개한 저서에서 한미 동맹을 ‘신화’로 규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원장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같은 연세대 정외과 출신으로, 이른바 ‘문정인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그는 책에서 “70년간의 긴 시간 동안 한미 동맹은 신화가 되었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됐다”며 “분단으로 인한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압도적인 상대(미국)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런 현상은) 부모가 엄한 자녀, 또는 사이비 종교를 따르는 무리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으로 한국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고, 그 결과 한국은 스스로 의사결정도 못 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6·25전쟁으로 한미 동맹이 생겨난 만큼,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은 동맹의 축소 또는 해체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며 “미국 측의 급격하고 일방적인 동맹 해체가 아니라면, 한미 동맹의 유연화 또는 더 나아가 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과정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북 강경책은 보수 정부의 전유물처럼 인식됐고, 미국에 대한 충성 서약과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