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발간을 앞둔 2020 국가별 연례 인권 보고서 한국편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따른 표현의 자유 논란과 함께 조국 전 장관, 박원순 전 시장 등 여권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추행 사례들을 언급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보고서가 발간 전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권 중시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 동맹국의 주요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됐다는 사실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식 발표되기 전의 보고서에 대해 정부가 논평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그는 ‘통일부가 작년 일부 탈북민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자 일각에선 이를 억압으로 간주했다는 내용이 국무부 보고서에 실린 데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보고서가 나오면 검토 후 입장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취재진과 만나 “인권 보고서가 발간된 시점이 아니라 논평하긴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보고서가 표현의 자유 제약 논란을 다룬 데 대해선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심의 단계부터 국무부 동아태국 등 행정부, 상·하원 의원실, 시민단체 등을 접촉해서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국무부 보고서가 여권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추행 혐의를 거론한 데 대해선 “2019년에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임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징역형 선고, 그 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 등도 (보고서에) 나왔다”고 했다. 작년 한 해 벌어진 부정부패 사례들을 단순 열거한 것으로, 예년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보고서 작성 의도와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최대한 희석하기 위해 막판 외교전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의 인권 및 진보 단체들도 이날 미국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