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정의용(75) 전 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면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박지원(79) 국가정보원장과 정 후보자, 서훈(67) 국가안보실장 삼각 체제로 재편됐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 앞세워 경색된 미북 및 남북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외교 안보 라인이 미국 전문가보다 북한 전문가로 채워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 사람은 미북 대화 교착과 함께 중단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 후보자와 서 실장은 2018년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으로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깊이 관여했다. 세 사람은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NSC 참석자들의 평균 연령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공언하고 있어 새 외교 안보 라인이 미국을 설득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최근 폐막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선대선, 강대강’ 원칙을 표명하며 미북 관계의 공이 미국으로 넘어간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역할이 세 사람 앞에 놓여 있다. 외교가에서는 “톱다운 방식의 미북 대화가 실패로 결론 났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미국이 아닌 북한 전문가로 치우친 인선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