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석탄을 밀수출해 올해 4000억원 안팎의 수입을 챙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 대유행 와중에도 북한과 중국이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을 공공연히 거래한 것으로 나타나 대북 제재 무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정교한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해 온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느슨해진 제재 복원을 위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북한이 올해 1~9월 중국에 수출한 석탄이 약 41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호 시험 발사에 대응해 북한산 석탄 수출을 금지시키기 전의 20% 수준이다. 올해 석탄 1t의 시세는 80~100달러 수준으로, 북한은 이를 통해 3억3000만달러(약 3500억원)에서 4억1000만달러(약 4400억원)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은 대북 제재를 점점 더 많이 위반하고 있으며 대북 밀수를 더 이상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엔 제3국 선적(船籍)의 화물선이 공해상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뒤 북한에 들어가는 식으로 은밀하게 제재를 위반했지만, 이제는 북·중 화물선들이 당당하게 서로의 항구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 선박들은 인공기까지 달고 버젓이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남포항과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 저우산(舟山)항 사이에서 이런 거래가 특히 활발했다. 미 정부가 WSJ에 제공한 위성사진에는 불법 석탄 거래에 관여했거나 과거 불법 대북 교역 이력이 있는 배들이 다수 잡혔다.

이 밖에 미 정부는 중국이 북한 노동자 2만명을 계속 고용하고, 석탄 외에 북한 해산물과 기계류도 불법 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는 지난 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웨비나에서 “작년에 석탄처럼 유엔 제재로 거래가 금지된 물자를 실은 선박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는 모습이 목격된 것만 555건”이라며 “북한 선박들은 심야에 도둑처럼 몰래 들어간 것이 아니라 문을 두드리고 정식으로 입항했지만 중국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중이 대북 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파고들면서, 이는 다음 달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도 골치 아픈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북·중 간의 불법 교역은 북한의 비핵화란 목표 달성을 위해 오랜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과도 더 긴밀히 조율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바이든 행정부에 특별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이 중국에 강도 높은 제재 협력을 요구할 것”이라며 “관세 같은 미·중 갈등 현안을 고리로 중국의 제재 이행을 압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경제·산업·금융 등 각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홍콩 야당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관여한 중국 최고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미국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 내 자산 동결과 함께 직계 가족까지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중국이 국제적 약속을 준수하고 중국의 행동을 규탄한 다른 나라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