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당초 우리 정부가 공들여 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가 급속 재확산하며 이번 방한의 초점이 한·미·일 공조의 복원을 견제하는 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왕 부장의 서울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왕 부장의 방한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는 권력 교체기에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하는 일정이다.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대(對)중국 견제 행보를 우려해온 중국 측으로선 미국 주도의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협력과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3일 “왕이의 방한은 한·미 동맹 회복을 견제하려는 사전 포석 차원일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강경화 외교장관 면담(26일) 등을 통해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요구하며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 9월 자국 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 주도로 각국이 참여해 새로운 데이터 안보 국제 기준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도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의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했다.
한편 우리 정부가 공들였던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을 웃돌며 3차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 당국은 그동안 시진핑 방한의 전제 조건으로 ‘코로나 상황 안정’을 제시해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방중(訪中)했지만 이에 대한 시 주석의 답방은 3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