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조사한 군·검 합동수사단이 문건 최종본에서 ‘광화문·여의도 탱크 투입’ 등 위수령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빠진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합수단은 지난 2018년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을 발동하려 했다는 ‘내란 음모’ 등을 수사하다가 진전되지 않자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앞서 청와대는 “기무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탱크를 야간에 투입하고, 언론 검열은 물론 국회까지 통제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합수단은 문건 최종본에 이 같은 위수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계속 진행하다 결국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합수단 내부 문서에 따르면, 합수단은 진술 조서를 받는 과정에서 “현행 법령 위반의 논란 소지가 있거나 기무사의 권한 범위를 넘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항목은 (최종본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합수단은 “세부 자료의 항목이 21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축소된다”며 항목 중 ‘사태별 대응개념’ ‘단계별 조치사항’ ‘위수령 시행 관련 제한사항 및 해소 방안’ ‘서울지역 위수령 적용 방안’ ‘국민 기본권 제한 요소 검토’ 등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권은 지난 2018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 계획 세부 자료’를 공개하면서 군이 유사시 서울에 탱크를 투입하고 계엄 해제를 못 하도록 국회의원 체포 등도 계획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를 시작한 합수단은 105일 동안 90곳을 압수수색했고 204명을 조사했다. 하지만 주요 혐의인 내란 음모죄 적용이 어려워졌고, 이후 허위 공문서 위조라는 ‘먼지 털기식 기소’를 했다.

합수단은 당시 내란 음모죄를 기소 중지한 것에 대해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해야 하지만, 미국에 간 뒤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군에서는 “최종본에는 청와대가 발표한 자극적인 부분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조 전 사령관 조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