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화상국감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있다./국회방송 캡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12일 주미(駐美)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일본 정부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활동에 “외교부와 대사관이 ‘손을 놓고 있다’”면서 소극적 대응을 지적했다. 이수혁 주미 대사는 “정부가 개입하면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외통위 위원들은 “일본은 정부가 나서 로비·공작 활동을 하는데, 한국 외교부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차 외교부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했다. 이날 국감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 화상으로 진행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도 말했지만, 외교부와 재외 공관이 (일본의 전방위적 소녀상 철거 로비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소녀상이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계획 달리 창고에 약 3년간 방치되다 뒤늦게 설치된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는) 이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에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 국정감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해외 공관과 화상연결 국감은 헌정사상 처음이다./국회사진기자단

이수혁 대사는 “소녀상 문제는 대사관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등)주재국과 외교적 분쟁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대사관 차원의 결정이 아니고 외교부에서 결정해서 방침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미 대사관이 소녀상 관련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침을 받아 하는 것이지 이 대사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일본은 방해 공작을 하는데, 왜 정부와 대사관은 그런 공작에 손 놓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 대사는 외교적 마찰 우려해 관여하지 않는다는데 일본은 왜 우려하지 않겠나, 일본은 나름대로 저지 정책 적극성 펴지만 왜 우리는 마찰 우려 얘기만 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김 의원이 ‘패어 팩스 청사에 위안부 기림비가 있는데 가봤느냐’고 하자 잠시 대답을 주저하더니 “멀리서 봤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시간 나보면 가보라”고 했다.

이날 이 대사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이 주미 대사관이 로비 업체를 장기간 교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적하자 “코로나 때문에”라고 답했다가 “코로나 기간엔 업체 평가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앞서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대응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정부가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관련 상황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흘이 지난 11일에도 별다른 대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정권의 반일·극일 정책에 동조하던 외교부가 정작 해외 소녀상 철거 등 일본 정부의 공세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