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경선 후보인 이원택(전북 군산·김제·부안을) 의원의 ‘술·식사비 3자 대납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8일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경쟁자인 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 의원이 “재감찰과 경선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선 불참을 시사했다.

추미애(경기 하남갑) 의원의 승리로 끝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의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경선에서 탈락한 친명계 한준호(경기 고양을) 의원은 추 의원을 겨냥해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고 하면서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 조짐을 보였다.

두 지역은 계파색이 옅은 광역단체장들이 재선을 노렸던 지역이다. 하지만 당의 징계와 경선 패배로 모두 중도 탈락했다. 정치권에선 “특정 계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에 눈에 드는 행보를 하지 못하면 물갈이 대상이 되는 민주당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북 경선은 시계 제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애초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이원택 의원 등 3자 경선이 유력했다. 그러다 지난 1일 김관영 지사가 작년 11월 저녁 자리에 참석한 시·군 의원 등에 대리기사비를 지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지도부가 당일 김 지사를 제명했다.

지난 7일에는 작년 11월 이원택 의원이 참석한 식사 자리 비용을 이 의원 측근인 도의원이 ‘쪼개기 결제’로 대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즉시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으나, 하루 만인 8일 이 의원은 혐의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신 대납 결제 의혹을 받은 도의원만 계속 감찰하기로 했다. 8~10일로 예정된 경선 투표도 진행하기로 했다. 친청(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감찰단 조사와 최고위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자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호영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감찰에 소요된 시간은 전날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인데, 이 의원과 김 도의원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이 의원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비용을 부담한 청년 정치인만 추가 감찰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재감찰과 경선 중단을 요구했다.

추미애·박주민, 국회 벤치서 만나 서로 응원 6·3 지방선거의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 의원과 서울시장 예비 후보로 경선을 치르고 있는 박주민 의원이 8일 국회 소통관 앞 벤치에서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예비 후보는 “서울과 경기도가 협력해야 할 교통과 인프라 문제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경기는 경선 후유증

친명계와 거리가 있는 추미애 의원이,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을 이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의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경선 패배 당일인 7일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며 추 의원을 비판했다. “대통령님과 성과를 맞추기 위해서 준비를 해왔던 제 입장에서 경기도정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걱정이 좀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최민희(경기 남양주갑)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추미애 후보가 과반 득표로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일각의 해당(害黨) 행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H 후보 지지했다가 추 후보 떨어뜨리자는 자들” 등을 언급하며 당 차원의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최 의원이 언급한 ‘H 후보’는 한준호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주류 단체장은 본선 좌절

8일 현재, 민주당 현역 시·도지사 5인 가운데 김동연 경기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낙마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오영훈 제주지사는 경선을 앞두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이지만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경쟁하며 ‘비명’ 이미지가 굳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도 이를 의식해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했지만, 당내 계파가 없다는 비주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한 현역 도지사가 결선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드문 일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당에서 제명돼 경선 기회도 얻지 못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대리비 지급 논란’ 보도가 나오며 당일 제명됐다. 김 지사는 대리비를 모두 회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지사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2021년 복당하면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