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선 후보자들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전 사진·영상을 홍보에 활용하지 말라고 공지하면서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청래 지도부’의 조치에 대해 특히 친명계가 반발했다. 당 일각에서는 “명·청 신경전”이란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조승래 사무총장 명의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 사진 및 영상의 홍보 활용 금지 안내’ 공문을 각 시·도당에 발송했다. 공문은 “최근 경선 과정 등에서 이 대통령 취임 전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가 확인됐다”며 “설령 취임 전이라 해도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으로 이어지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촉발할 소지가 매우 큰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취임 전 영상과 사진을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했다.
실제로 호남 등에서 일부 예비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나 2024년 총선 당시 이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했던 영상을 현 시점에 찍은 영상인 것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침은 친명계를 자극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친명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당 후보들은 2018년에도, 2022년에도 현직 대통령과 함께한 메시지로 지방선거를 치러왔다”며 “이번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이미 홍보물 제작을 마치고 발송을 앞둔 후보자가 많고,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현장은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공문에 나오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 ‘정치적 중립 위반’ 표현도 친명계로부터 공격당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필요한 말을 넣어서 지방선거 본선에서 야당으로부터 공격당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일이 커지자 민주당은 재차 공문을 보내 “과거 대통령 취임 이전 상임선대위원장 및 국회의원 신분으로 특정 후보를 응원하거나 친소 관계를 보이는 영상과 사진 등 매체의 사용을 금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없애고자 하는 취지”라며 “기존에 설치된 현수막과 명함 등은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문 철회를 요구하는 친명계 목소리는 커졌다.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5일 “논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지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취임 이전에 찍은 사진이 어떻게 현직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되느냐. 전례도 없고 근거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지침이 최고위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도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촬영한 영상으로 현 대통령이 후보를 응원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영상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첫 번째 공문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실무적 문제”라고도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민주당 경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명·청 대결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취임 전 사진·영상을 쓰지 말라’는 첫 공문에 대해 친명계는 정청래 지도부가 소위 ‘명픽’ 후보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30일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준호 의원이 2024년 이 대통령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진이 등록되고, 한 의원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런 와중에 이삼걸 민주당 안동시장 후보 측이 ‘이 후보가 지난 4일 이 대통령의 경북 안동 성묘를 수행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게 기사화되는 일도 벌어졌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5일 “해당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성묘 중 우연히 마주쳐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을 뿐”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대통령의 선거 관여로 비칠 수 있는 사안에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번 지방선거 슬로건이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일 잘하는 지방정부’라고 발표했다. 조 사무총장은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국익을 해치는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