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가(油價) 안정 정책으로 내놓은 ‘석유 최고 가격제’ 도입 이후 민간 소비량은 도리어 급증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시행된 최고 가격제가 도리어 에너지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최고 가격제가 도입된 이후 휘발유 소비량은 종전 대비 24.7%, 경유의 경우 16.4%로 각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3월 2주차(9~15일) 휘발유 소비량은 25만7423㎘(킬로리터)에서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3월 4주차(23~29일)엔 32만1051㎘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유 소비량도 35만2300㎘에서 40만9949㎘로 증가했다.
최고 가격제는 정부가 석유 제품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이전부터 “인위적인 ‘가격 누르기’는 에너지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역설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한국은행에서도 “가격 상한제는 일시적인 긍정 효과가 있지만,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했었다.
이 같은 우려대로 최고 가격제 도입 이후 2주 만에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20%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번 한국석유관리원 자료로 드러난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경부고속도로 통행량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야당에선 “헝가리 등 해외에서 최고 가격제가 시행 후 공급 부족 현상으로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동발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는 만큼, ‘가격 누르기’보다는 실질적인 에너지 수요 억제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구자근 의원은 “최고 가격제는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실익을 주는 쪽으로 제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