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1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도지사실 앞에서 취재진의 돈 봉투 의혹 관련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현금 살포’ 의혹을 받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전격 제명했다. 이날 오전 김 지사가 지난해 식사 자리에서 지역 청년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일 제명을 의결한 것이다.

재선에 나선 현직 지사의 제명으로 민주당 텃밭인 전북지사 선거 구도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친명으로 분류되는 안호영 의원과 친청에 가까운 이원택 의원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김관영 전북지사에 대한 제보와 관련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한 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모습이 담겼다. 김 지사는 “대리운전 비용이었고 곧바로 회수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명백한 불법 상황”이라며 최고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

◇현역 지사를 감찰 당일에 제명… 與 텃밭 선거구도 요동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1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박균택 윤리감찰단장이 전북도당 당직자와 협력해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김관영 지사에 대해서도 문답을 받았다”며 “(김 지사가)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해 부인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불법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명을 결정한 것”이라며 “현직 광역단체장의 금품 살포 행위가 녹화되고 보도되는 상황을 미온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 지사의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것은 전날로 알려졌다. 제보 접수 이튿날인 1일 오전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을 지시했지만, 당 차원에서 제보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언론을 통해 지난해 11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 지사가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직접 일일이 나눠주는 모습이 담긴 보안 카메라 영상이 공개되면서 징계 절차가 급속히 진행됐다.

작년 11월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소재 한 식당에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함께 식사한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건네는 모습. 이를 담은 보안카메라 영상은 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김 지사는 “대리운전 비용이었고 곧바로 회수했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독자 제공

김 지사는 이날 전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 11월 말 도내 청년 15명 정도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뒤 대리운전 비용 명목으로 (거리에 따라) 전주 2만원, 군산 5만원, 정읍·고창 10만원 등 총 68만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며 “지급하고 나서 부담을 느껴 회수 지시를 했고, 다음 날 전액이 회수됐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제 불찰”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구민에게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 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고, 전북선거관리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그렇지만 제명 처분이 알려지자 민주당에선 “예상보다 강한 처분” “비상 징계로 제명까지 할 사안이냐”는 반응도 나왔다. 제공한 금품의 액수와 “회수했다”는 해명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속도란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친청, 친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란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김 지사는 국민의당·바른미래당으로 옮겼다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복당한 비주류다.

당초 민주당의 전북지사 경선 후보로는 김 지사와 안호영·이원택 의원이 나선 상태였다. 그중 안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사퇴한 다른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달리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자리를 지키면서 불출마 가능성이 거론돼 왔고, 김 지사와 이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김 지사가 제명되면서 민주당에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김 지사가 낙마하면서 경선이 미궁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지사 논란이 터진 직후 안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고, 곧이어 환노위원장 사임계도 제출했다. 안 의원, 이 의원도 계파색이 옅지만, 정 대표와의 관계로 보자면 이 의원이 친청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반면 안 의원은 친명계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의원과 이 의원의 2파전이 명·청 대결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은 전북지사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가선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돈봉투 논란이 반복되는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며 “호남에서만큼은 일당독재나 다름없는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더불어민주당 돈 공천과 관련해 이미 서울에서 문제가 돼서 2명이 구속됐지 않나”라며 “이번 김관영 지사의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재확인됐다고 본다”고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경선 후보 간 갈등이 경찰 고발로 이어지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인 오영훈 제주지사와 위성곤·문대림 민주당 의원이 경쟁하는 제주지사 경선에선 오 지사 측이 문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문 의원 측이 도민들에게 오 지사에 비판적인 기사 링크와 함께 “오 지사는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글을 문자로 전송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인데, 문 의원은 “실무진이 발송한 것”이란 입장이다. 한편 오 지사는 측근 공무원이 단체채팅방에서 선거 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후보들도 본경선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한준호 의원은 김동연 경기지사 측을 겨냥해 “경기도청이 언론 대응을 핑계로 판을 흔드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또 김문수·조계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가 당원 행사에서 법정 표기 사항이 누락된 경선 홍보물을 배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김 지사 측은 “인쇄 과정에서 단순 누락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 나선 민형배 의원과 주철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 의원으로 후보를 단일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은 김영록 지사와 신정훈·민형배 의원 등 3파전으로 재편됐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작년 11월 30일 전주에서 민주당 전북도당 청년위원 및 대학생위원 등 20여명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현금을 건네는 cctv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1일 도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리비를 줬다가, 나중에 모두 회수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