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30일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총리(왼쪽), 이날 오후 국민의힘 후보들은 첫 TV토론회를 열었다. / 김동환 기자

2014년 김부겸 전 총리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지역주의 타파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보수 본진’에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나선 그는 당보다는 본인 인물론을 앞세웠다. 하지만 30일 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총리는 “대구가 앞장서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며 국민의힘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가 심상치 않다. 대구 선거에서 여야가 팽팽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이례적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내 노선 갈등, 대구시장 공천 논란 등 여러 요인이 쌓이면서 선거 초반에 ‘정권 심판’보다 ‘국민의힘 심판’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은 ‘설마 대구가 넘어가겠느냐’고 보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①국민의힘 심판론

대구에 거주하는 김선재(35)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내) 경선 때만 되면 서문시장 찾아와 유세하다 경선만 끝나면 발길 끊더라”며 “오만한 태도를 심판하고 싶다”고 했다. 주영선(28)씨는 “30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인데 국민의힘에서 대구를 위해 뭘 해줬느냐”며 “국민의힘에 회초리 들 때 됐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나선 현역 의원들이 행정 통합 등 지역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다. 여론조사를 분석해온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구가 국민의힘에 ‘우리가 정말 화가 났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②외면하는 무당층 vs “그래도 보수”

한국갤럽의 지난 26일 여론 조사에서 대구·경북(TK)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과 같은 27%였다. 1월 말 같은 업체 조사 때 47%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무당층은 같은 기간 24%에서 42%로 증가했다. 조사 지역 가운데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고 과거 선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이재명 정부에 비판적이지만 국민의힘에 실망한 무당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학자인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국민의힘 리더십 실종이 지지층 결집을 막고, 이재명 정부의 실용 노선이 대구 표심을 흔들고 있다”며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과거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대구까지 민주당에 넘어가면 누가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최우석(58)씨는 “김부겸씨는 대구에서 국회의원 하다가 떠난 뒤 경기도민으로 살던 사람”이라며 “대구를 위해 한 게 뭐 있느냐”고 했다.

③尹에 차가워진 대구 민심

국민의힘이 3월 중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는 대구 시민도 있었다. 자영업자인 박모(65)씨는 “탄핵을 반대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부하 탓만 하는 꼴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했다. 대구 서문시장 상인 박모(72)씨는 “데릴사위 격인 윤 전 대통령이 우리 살림 다 말아먹었는데도, 국민의힘 대표는 이 양반을 지키겠다고 하니 천불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등 당내 갈등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장동혁 대표의 당내 리더십 부재로 컷오프 파동이 수습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④컷오프 논란 “새로운 얼굴도 없다”

국민의힘에선 현역 의원 5명을 포함해 9명이 대구시장 후보에 도전했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 중 주호영(6선)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3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이후 법적,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며 악재가 되고 있다.

대구 동성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마음 같아선 예전처럼 국민의힘을 뽑고 싶은데, 인물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역시 “국민의힘 후보들이 새롭지 않다는 점도 대구 시민을 등 돌리게 하는 이유”라고 했다.

⑤정부 지원 배제 소외감도

대구 지역 기업 지원 단체 한 고위 관계자는 “60~70대 지역 유권자들은 자존심, 체면 등을 중시해 보수 정당에 투표했지만 이제는 지방 소멸, 일자리 부족 위기가 자식들에게 위기가 피부에 와닿으면서 실리를 찾는 분위기가 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60% 안팎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구 여론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에서 광주·전남이나 대전·충남도 통합돼 정부 지원을 받고, 대구만 고립될 것이란 위기감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오석(49)씨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 번도 갖지 못한 대구시장을 차지하게 된다면 다음을 생각해서라도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