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 출마자 사이에서 ‘장동혁 딜레마’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을 비롯해 일부 예비후보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 대표 등 지도부 지원을 완전히 거절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장 대표는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취임 이후 책임 당원이 30만명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에 재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SBS라디오에서 서울시장 후보 공식 선거운동 첫날 장 대표의 유세 지원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저도 그분(장 대표)을 모시고 싶다. 다만 올 때 변신한 모습으로 와달라”고 했다. 또 일부 국민의힘 출마자가 당의 색깔인 빨간색 대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니는 상황을 언급하며 “(저도)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다. 입게 해달라고 당에 요청한다”고 했다.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인적 쇄신 등 장 대표의 노선 변화를 재차 요구한 것이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변화하지 않으면 오세훈만의 선거를 치를 것이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다른 후보들도 “장 대표 지원 유세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 박수민(서울 강남을)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를 불렀을 때 긍정·부정 효과가 있다”며 “지원 유세를 요청하는 게 서울시민 눈높이에 맞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은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와 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를 좋게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를 비판해온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 모든 지역에 장 대표가 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기지사를 비롯해 후보 구인에 애를 먹고 있는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6일 경기도에서 현장 최고위원 회의를 열기 위한 준비를 마쳤지만 경기도당이 25일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해 행사 진행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됐다고 한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영남 지역에도 일부 우리 당 후보들이 빨간 점퍼 대신 흰색 점퍼를 입고 뛰는 상황”이라면서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이런 모습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번 주 경남·부산·전북·충북·세종·경북에서 현장 최고위원 회의, 간담회, 기자회견 등을 연 것과 대조적이다. 장 대표는 이날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과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분향소 조문을 위해 대전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곤 서울에서만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후보들은 장 대표를 따르는 강성 지지층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6일 YTN라디오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당대표가 지원하겠다는데 선거 이익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전날 강성 유튜버 고성국씨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했다. 박 시장은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아들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에게 노선 변화를 지나치게 압박했다가 강성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패했던 2018년 지방선거 때도 일부 후보가 홍준표 당시 당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 권역별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후보와 장 대표의 갈등이 노출되면 보수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민주당(46%)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건 작년 7월 3주차 조사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서울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18%, 민주당은 45%였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27% 동률)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에 열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