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공천에 난항을 겪으면서 당내에서 ‘유승민 역할론’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요청했지만 유 전 의원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 주변 인사들도 “지금 당의 노선으로는 어떤 역할도 맡을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승민 역할론’이 떠오르는 것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추미애 의원이 만약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될 경우, 합리적 중도 색채의 유 전 의원이 대항마로서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서울·인천·경기까지 수도권 3축은 보수 재건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대선 주자급 리더들이 수도권에서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에서는 대한민국 경제를 설계해 본 인물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국민은 알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이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을 지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이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에 경기지사 공천을 신청한 사람은 양향자 최고위원,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두 명이다. ‘이정현 공관위’는 이들로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전략 공천 또는 추가 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 전 의원은 경기지사 전략 공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오세훈 현 시장,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의원으로 압축됐다. 인천시장 후보의 경우 유정복 현 시장을 단수 공천한 상태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전방위적으로 유 전 의원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장동혁 대표는 유 전 의원에게 연락해서 “단식 투쟁 기간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송언석 원내대표 또한 “당 사정이 어렵다”는 취지로 유 전 의원에게 연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에 관여하는 인사들도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나서 달라”면서 유 전 의원 측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유 전 의원을 혁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기류도 존재한다.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세대)’을 강조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최근 유 전 의원 쪽에 혁신 선대위원장 수용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측은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나 혁신 선대위원장으로 나선다면, 서울시장 선거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5부제 동참한 장동혁, 국회 통근 버스 타고 출근 국민의힘 장동혁(맨 앞)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통근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정부가 25일부터 국회를 포함한 전국 공공기관에서 차량 5부제를 시행한 가운데, 장 대표는 이날 국회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김지호 기자

당 일각에선 “유 전 의원에게 ‘오이한(오세훈 서울시장·이준석 개혁신당 대표·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대를 성사시킬 중재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유 전 의원에게 출마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단순히 경기지사 후보 한 명을 찾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유 전 의원이 등판한다면 보수 통합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이 같은 역할론에 선을 긋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MBN 인터뷰에서 “전혀 (경기지사 출마) 생각이 없다”며 “제게 남은 정치적 소명은 보수 정치를 어떻게 재건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현재까지 이런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어떤 역할도 맡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유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유 전 의원은 자중지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깊다”면서도 “지금 상황이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은 이날 천안함 16주기를 맞아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한 마음으로 결연히 맞서야 한다”며 “용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방과 보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